새로운 상품을 기획하는 프로젝트를 하다 보면, 다음과 같은 말을 듣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그거 OOO 대학 연구소에 유사한 과제가 있습니다.”, “작년 XXX 전시회에서 본 것과 비슷한데요.”, “제가 알기엔 △△△기업에서 관련 특허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 비단 타인에게서 듣는 경우뿐 아니라, 웹서핑하다가도 유독 비슷한 컨셉제품이나 연구과제들이 눈에 잘 들어오기도 하고요.
이처럼, 현재 구상 중인 아이디어와 비슷한 아이디어들을 발견했다면 어떤 생각을 하시는지요?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와 우리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또 있다니 프로젝트 주제를 잘 잡았구나!’라고 생각할 수도 있고 부정적으로 생각하면 ‘이거 레드오션이네. 다른 아이디어를 찾아봐야겠는걸’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죠. 저는 전자 처럼 긍정적이지는 않더라도 적어도 비슷한 아이디어가 있다고 포기하지는 않습니다. 그 이유는,
둘째는, 그렇지만 우리의 아이디어가 독창적이기 때문입니다. 아니, 비슷한 아이디어가 있다면서 독창적이라니 무슨 소리냐 하실 수도 있지만, ‘독창적이다.’라는 의미는 ‘차별된다.’와는 다릅니다. 스스로(獨 ) 창조해낸(創 ) 아이디어라면 독창적이죠. 그 독창적인 아이디어와 유사한 다른 누군가의 아이디어가 있을 수도 있지만, 타인의 아이디어를 표면적으로 단순히 모방한 것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 일련의 프로세스를 거쳐 생성해낸 아이디어라면 고유한 컨셉이 있는 것이고 충분히 진행해볼 가치가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무엇을 만드느냐보다 어떻게 만드느냐가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Ideation 과정에서 나온 초기 아이디어가 완벽히 일치해도 Concept development 단계를 지나면 가치가 달라집니다. 똑같은 아이디어 Seed에서 출발했다고 해도 Design Iteration을 몇 번 돌고 Implementation을 하면 이게 정말 처음에 같은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나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다른 결과물들이 생깁니다. 그래서 비록 유사한 아이디어를 발견했다고 하더라도 확신이 있다면, 다른 아이디어를 찾는 시간에 그 아이디어를 어떻게 잘 발전시킬까를 고민하는 게 생산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애플의 iPhone이 출시되고서 Time 지는 “The Apple Of Your Ear “라는 기사에서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따지고 보면, 아이폰에 새로운 기능은 별로 없다. 스티브 잡스가 음성 메일이나 텍스트 메시지, 모바일 웹브라우징을 발명한 것도 아니고 말이다. 하지만, 잡스는 그 기능들이 엉망이라는 것을 알아챘고, 그것들을 고쳐냈다.”
애초에 문제는 무엇을(What) 제공해 줄 것인가가 아니었습니다. 이미 있는 기능들을 어떻게(How) 제공해 줄 것인가 였죠.
그래서 아이디어 선정(Screening)의 방법은 아이디어의 평가(Evaluation)가 아니라 아닌 전망(Forecast)입니다. 아이디어를 선정하는 간단한 방법의 하나는 시장성, 경쟁우위, 유용성, 합리성 등의 기준 및 기준별 가중치를 정하고 각각의 아이디어를 평가하는 방법이 있죠. 하지만, 이러한 방법은 몇몇 아이디어들을 걸러낼 수는 있어도 ‘정말 할만한’ 아이디어를 선정하는 데는 무리가 있습니다. 더 깊은 통찰이 필요합니다. 왜냐하면, 현재 아이디어 수준의 상태에서는 아직 How에 대한 가치가 부여되어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아이디어를 선정할 때는 그 아이디어들이 발전 되어, 인터페이스 방식이나 시스템설계, 서비스제공 방법 등 아직 개발되기 전인 구체적인 요소들이 덧붙었을 때의 미래를 예상하여 전망할 수밖에는 없습니다. 마치 수확할 열매를 상상하며 씨를 뿌리 듯이 말입니다. 남의 씨앗이 나의 씨앗과 비슷하다고 농사를 포기하기보다는 어떻게 더 잘 키울지를 고민하는 것이 좋겠죠.
차별성보다는 독창성, What과 함께 How도 고려 , 평가보다는 전망을 통한 선택이 Ideation 단계에서 마음에 두어야할 항목들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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