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cess
UX Design에서의 의사결정: 아이디어 선정과 Endowment Effect
진영규
2012. 1. 2. 19:27
의사결정과정에서 보이는 여러 가지 편향 중 하나로 사람들이 자기가 이미 보유한 물건에 대해 실제보다 더 높은 가치를 부여하는 소유효과(Endowment effect)가 있는데 이것은 사물뿐 아니라 무형의 아이디어에도 적용됩니다.
심리학자면서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다니엘 카너먼은 다음과 같은 실험을 했습니다. 비슷한 가치를 지니는 두 가지 물건, 예를 들어 볼펜 한 다스와 머그잔을 준비합니다. 일반적인 상황에서 사람들은 같은 비율로 두 가지 물건을 각각 선택하지만, 볼펜을 먼저 준 집단에 머그와 바꿀 수 있는 기회를 주면 사람들은 바꾸려고 하지 않습니다. 반대로 머그를 먼저 주어도 볼펜과 바꾸려고 하지 않고요. 가격을 제시하라는 질문에는 자신이 이미 갖고 있는 물건에 두 배의 가격을 매겼습니다. (Kahneman et al., 1990).
재미있는 것은 소유효과가 사람뿐 아니라 원숭이들한테도 있다는 것입니다. 원숭이들이 비슷한 선호도를 보이는 음식인 과일과 시리얼을 주었을 때, 서로 바꿀 수 있는 기회를 주어도 바꾸려고하지 않습니다. (Lakshminaravana, 2008). 이런 실험결과를 통해 연구자들은 사람들한테 보이는 편향이 후천적으로 생긴 것이 아니라 진화과정에서 선천적으로 생겼다고 주장합니다.
Muller-Lyer ,1889
이와 같은 사고의 편향은 그 사실을 알고 있다고 해도 피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마치 두 선분의 길이가 실제로는 같다는 사실을 머릿속으로는 알아도 위쪽 선분이 더 길어 보이는 착시를 피할 수 없는 것처럼 자기의 아이디어가 실제보다 더 좋아 보인다는 사실을 안다고 해도 그렇게 생각되는 것을 피할 수는 없습니다.
서론이 길었는데요, 결국 이러한 인간의 성향 때문에 UX Design 과정에서 구체화할 아이디어를 선정하고자 할때 모두 비슷한 수준의 아이디어라면 각자 자기의 아이디어가 더 좋다고 여길 것입니다. 자신의 아이디어를 남에게 설득시키는 것이 어려운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역지사지해보면 다른 사람도 자신의 아이디어가 더 좋다고 생각할 것이기 때문에 남을 설득하려면 내 아이디어가 그 사람의 것보다 두 배 이상 좋아보이게 해야 하기 때문이지요. 다르게 말하면 만약 자기 아이디어와 남의 아이디어가 비슷해 보인다면 그것은 남의 아이디어가 더 좋은 것으로 생각해도 되겠죠. 좀 더 극단적으로 말하면 만약 내 아이디어가 두 배 정도 좋아 보여야 비슷한 수준의 아이디어일 것입니다.
※이번 포스트는 지난 UX Camp Seoul에서 “Decision making in UX Design”의 제목으로 발표했던 3가지 목차(Endowment effect, Tradeoffs, Loss aversion) 중 첫 번째 내용입니다.